연설문 형식 · 닐 게이먼, 미국 유니버시티 오브 디 아츠 졸업 축사 「Make Good Art」(2012)
"When things get tough, this is what you should do: Make good art."
상황이 힘들어질 때 해야 할 일은 이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라.
— 닐 게이먼(Neil Gaiman), 소설가·만화 스토리 작가, University of the Arts 졸업식(필라델피아, 2012)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
여러분, 오늘은 연설문 한 편을 빌려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2012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예술대학 졸업식에서, 판타지 작가 닐 게이먼이 졸업생들 앞에 섰습니다. 그는 『샌드맨』 같은 만화와 『코렐라인』 같은 소설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그런데 그는 연설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자신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대학 졸업식 연단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고요. 그리고 대학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예술로 먹고사는 일에 대해 아무도 알려 주지 않은 채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했다고 말합니다.
그 연설은 이후 「Make Good Art(좋은 작품을 만들어라)」라는 제목으로 널리 퍼졌습니다. 예술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연설이었지만, 저는 이 연설이 지금 교과서를 펴 놓고 앉아 있는 여러분에게도 그대로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작품”은 그림이나 소설이 아니라, 오늘 푼 문제, 오늘 쓴 글, 오늘 이해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일이 꼬일 때
연설의 중심은 10분 무렵에 나옵니다. 게이먼은 인생이 잘못 풀릴 수 있는 온갖 경우를 늘어놓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일이 힘들어질 때 해야 할 일은 이것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드세요.” 그리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합니다. 남편이 정치인과 달아났다면? 좋은 작품을 만드세요. 세무 당국이 뒤를 쫓는다면? 좋은 작품을 만드세요. 고양이가 폭발했다면? 좋은 작품을 만드세요. 인터넷의 누군가가 당신이 하는 일이 어리석다고 한다면? 좋은 작품을 만드세요.
일부러 과장한 예시들입니다. 청중은 웃습니다. 그런데 이 반복에는 분명한 뜻이 있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상황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친구와 다퉜습니다. 공부하세요. 부모님께 성적 때문에 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공부하세요. 모의고사가 기대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틀린 문제부터 다시 푸세요. 이렇게 말하면 차갑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무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속상한 감정은 충분히 느껴도 됩니다. 다만 그 감정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상황은 그대로이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감정을 인정한 다음에는 할 수 있는 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게이먼은 힘든 경험이 오히려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속상한 일이 있었던 날에 쓴 일기, 그날 끝까지 붙잡고 푼 문제는 나중에 돌아보면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둘째,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 것
게이먼은 졸업생들에게 실수를 하라고 권합니다. 그의 말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실수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흥미롭고, 놀랍고, 멋진 실수를 하라고 덧붙입니다. 규칙을 깨 보라고도 말합니다. 여기서 규칙을 깨라는 말은 학교 규칙을 어기라는 뜻이 아닙니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고정된 방식에 갇히지 말라는 뜻입니다.
공부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틀릴까 봐 서술형 답안을 비워 두는 학생이 있습니다. 비워 둔 답안은 채점할 것이 없으니 배울 것도 없습니다. 틀린 답을 써 보면 적어도 어디서 틀렸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영어 영작도 마찬가지입니다. 문법이 틀릴까 봐 아는 문장만 쓰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새로운 구문을 시도해 보고, 틀리면 고치는 과정에서 문장력이 자랍니다.
셋째, 멀리 있는 산을 정해 두기
게이먼은 자신이 젊었을 때 쓴 방법 하나를 소개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곧 소설과 만화를 쓰는 일을 멀리 있는 산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제안받을 때마다 “이 일이 나를 그 산 쪽으로 데려가는가, 산에서 멀어지게 하는가”를 물었습니다. 산에서 멀어지게 하는 일이라면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거절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좋은 조건의 편집자 자리를 여러 번 거절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방법이 쓸모 있습니다. 먼저 멀리 있는 산을 하나 정합니다. 진로일 수도 있고, “영어 원서를 사전 없이 읽는 사람”처럼 되고 싶은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 하루의 선택을 이 기준으로 점검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영상, 지금 하고 있는 대화, 지금 펼친 책이 그 산 쪽으로 가는 걸음인지 묻는 것입니다. 모든 선택이 산 쪽을 향할 필요는 없습니다. 쉬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방향을 알고 쉬는 것과 방향 없이 흘러가는 것은 다릅니다.
넷째, “사기꾼 경찰”이 찾아올 때
게이먼은 성공한 뒤에도 늘 자신이 가짜라는 느낌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습니다. 언젠가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당신이 이 일을 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아냈다”고 말할 것 같았다는 겁니다. 그는 이것을 가면 증후군이라고 부르고, 그의 아내는 이 느낌을 “사기꾼 경찰”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특히 필요합니다.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 중에는 “이번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다음 시험을 더 두려워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게이먼 같은 작가도 같은 느낌을 가졌다는 사실은 위로가 됩니다. 이 느낌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을 진지하게 여기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이 느낌이 찾아오면 멈추지 말고, 오늘 할 일을 하면 됩니다.
다섯째, 나만 할 수 있는 것
게이먼은 처음에는 누구나 다른 사람을 따라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건 나쁜 일이 아니고,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충분히 흉내 낸 뒤에야 자기 목소리를 찾는다고요. 그리고 결국에는 나만 할 수 있는 것, 나만의 목소리와 생각과 이야기를 담은 작업을 하라고 권합니다.
공부에서도 이 과정은 똑같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글을 따라 쓰고, 선생님의 풀이 방식을 따라 합니다. 그래야 기본기가 생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문을 읽고 요지를 자기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때, 개념을 친구에게 자기 예시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지식이 내 것이 됩니다.
여섯째,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연설의 뒷부분에서 게이먼은 프리랜서로 일을 계속 얻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이야기합니다. 일을 잘하거나, 함께 지내기 편하거나, 마감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가지를 모두 갖출 필요는 없고 두 가지면 충분하다고 덧붙여 청중을 웃게 합니다. 마감을 지키고 사람이 좋으면 작품이 조금 부족해도 사람들이 참아 주고, 작품이 뛰어나고 사람이 좋으면 조금 늦어도 참아 준다는 식입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모둠 과제와 수행평가를 해 본 학생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입니다. 과제를 잘하는 것만큼 약속한 날짜를 지키는 것, 함께하는 친구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것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필요한 능력입니다.
이 연설을 읽을 때 조심할 점
게이먼의 연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그는 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성공한 작가입니다. 그래서 연설을 대충 들으면 “학교 공부는 필요 없다”는 메시지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연설에서 강조한 것은 학교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규칙을 세웠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배움을 건너뛴 사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배움을 치른 사람입니다.
또 하나, “힘들 때 작품을 만들라”는 말은 힘든 감정을 혼자 참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게이먼 자신도 연설에서 성공 이후에 겪은 어려움과 불안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감정이 너무 무거워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 계속된다면,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일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마무리하며
여러분, 오늘 무언가 잘 안 풀렸다면 이 연설의 10분 부분을 한번 들어 보세요. 한 작가가 같은 문장을 계속 반복하는 장면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드세요. 여러분에게 좋은 작품은 오늘 정성 들여 푼 문제 한 쪽, 오늘 끝까지 읽은 지문 한 편, 오늘 정직하게 쓴 문단 하나입니다. 일이 꼬인 날일수록 그 한 쪽이 더 중요합니다.
영어 표현 노트
연설 속 짧은 표현 몇 개를 뽑아 뜻과 쓰임을 정리했습니다. 영상에서 해당 부분을 들으며 따라 읽어 보세요.
- when things get tough — 상황이 어려워질 때. tough는 “힘든, 까다로운”이라는 뜻의 형용사입니다.
예문: When things get tough, go back to the basics. (상황이 어려우면 기본으로 돌아가라.) - make mistakes — 실수하다. do mistakes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하세요.
예문: It is okay to make mistakes in practice tests. (모의고사에서는 실수해도 괜찮다.) - impostor syndrome — 가면 증후군. 자신의 성취가 실력이 아니라 운이나 착각 덕분이라고 느끼는 심리를 가리킵니다.
예문: Many top students feel impostor syndrome. (상위권 학생 중에도 가면 증후군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생각해 볼 질문
- 요즘 나를 가장 흔드는 일은 무엇이고, 그 일이 있는 날 내가 만들 수 있는 “좋은 작품”은 무엇인가?
- 나에게 “멀리 있는 산”은 무엇인가? 이번 주에 한 선택 가운데 그 산 쪽으로 간 것과 멀어진 것을 하나씩 찾아보자.
- “일을 잘함, 함께하기 편함, 마감을 지킴” 가운데 모둠 과제에서 내가 가장 강한 것과 가장 약한 것은 무엇인가?
오늘의 실천
속상하거나 머리가 복잡한 날, 타이머를 30분에 맞춘다. 그 30분 동안에는 휴대전화를 다른 방에 두고 수학 문제 풀이나 영어 지문 분석 한 가지만 한다. 30분이 끝나면 “시작하기 전 기분”과 “끝난 뒤 기분”을 각각 한 단어로 적어 비교해 본다.
글: 리드마스터 영어전문 국어논술 학원 |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옥길로 113, 상림프라자 5층 501호
초·중·고 대상 · 교육청 등록 제6935호 · 상담 010-3368-7873
영상 링크는 해당 발언 몇 초 전부터 재생되도록 설정했습니다. 영어 원문은 연설 자막과 대조해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