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내 몫이 아니다, 책상 앞에 나타나는 것이 내 몫이다

수필 · 엘리자베스 길버트, TED 「Your elusive creative genius」(2009)

수필 · 엘리자베스 길버트, TED 「Your elusive creative genius」(2009)

"Don't be afraid. Don't be daunted. Just do your job. Continue to show up for your piece of it, whatever that might be."

두려워하지 마라. 겁먹지 마라. 그저 네 일을 하라. 그것이 무엇이든, 네 몫을 위해 계속 그 자리에 나타나라.

— 엘리자베스 길버트(Elizabeth Gilbert), 소설가·『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저자

▶ “가장 큰 성공은 이미 지나갔다”는 두려움 (5:00) ▶ 인용 문장 (18:20)

두 번째 링크는 18분 29초 무렵 인용 문장이 나오기 직전부터 재생됩니다.

만점을 목표로 적어 둔 날

새 학기 첫 주가 되면 많은 학생이 플래너 첫 장에 목표를 적는다. “이번 중간고사 영어 100점”, “전교 10등 안”, “국어 1등급”. 목표를 크게 적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표를 크게 적은 날일수록 책상 앞에 앉기가 어려워질 때가 있다. 문제 하나를 틀릴 때마다 “이래서는 100점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이 다음 문제를 푸는 손을 무겁게 만든다. 목표가 동기가 되지 않고 부담이 되는 순간이다.

이 글은 그런 날에 읽으면 좋을 강연 하나를 소개하려고 쓴다. 소설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2009년 TED에서 한 「당신의 찾기 어려운 창의적 천재성」이라는 강연이다.

세계적인 성공 뒤에 찾아온 두려움

길버트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작가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자꾸 같은 질문을 한다고 말한다. “그 책보다 더 잘 쓸 수 있을까 봐 두렵지 않나요?” 그녀의 대답은 솔직하다. 두렵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큰 성공이 이미 지나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스스로 말한다. 영상 5분 무렵에 이 이야기가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며 나는 시험을 앞둔 학생들을 떠올렸다. 지난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다음 시험이 더 무섭다. 떨어질 일만 남은 것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난 시험을 망친 학생은 “이번에도 안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시달린다. 어느 쪽이든 결과에 대한 걱정이 지금 할 일을 가로막는다는 점은 같다.

옛사람들이 창의성을 바깥에 두었던 이유

길버트가 제시한 해법은 의외로 옛날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녀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창의성을 돕는 신적인 존재를 “다이몬(daemon)”이라고 불렀고, 로마 사람들은 그런 존재를 “지니어스(genius)”라고 불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로마 사람들이 지니어스를 특별히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니어스는 사람 바깥에 있으면서 작업을 돕는 존재였다. 사람은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천재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길버트는 이 생각이 작가를 보호해 준다고 말한다. 작품이 훌륭하면 그 공이 전부 작가 한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으니 자만하지 않을 수 있다. 작품이 잘 안 풀려도 그 책임이 전부 작가 한 사람에게 있지 않으니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르네상스 이후 사람들은 한 개인을 “천재”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창작자는 결과에 대한 모든 무게를 혼자 지게 되었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시인과 음악가의 이야기

강연에는 두 가지 인상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미국 시인 루스 스톤의 이야기다. 길버트에 따르면 스톤은 들판에서 일하다가 시가 멀리서 몰려오는 것을 느꼈고, 그 시를 놓치지 않으려고 종이와 연필이 있는 집으로 뛰어갔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시인이 자신의 창작 경험을 표현한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시인이 영감을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을 받아 적는 것”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음악가 톰 웨이츠의 이야기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가 멋진 멜로디 한 조각이 떠올랐는데, 적을 종이도 녹음기도 없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순간에 몹시 불안해졌겠지만, 그는 하늘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 운전하는 거 안 보여요? 곡을 쓰고 싶으면 내가 작업실에 있을 때 오세요.”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엉뚱한 때 떠오르는 것도 자기 탓으로만 여기지 않게 되자 작업이 한결 편해졌다는 이야기다.

“내 몫”이라는 말에 대하여

강연의 결론은 인용 문장에 담겨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겁먹지 말고, 그저 네 일을 하라. 네 몫을 위해 계속 그 자리에 나타나라. 길버트는 이 말을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작품이 훌륭하게 나올지는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매일 책상 앞에 앉는 일은 통제할 수 있다.

강연 중간에 그녀는 이런 말도 한다. 더 나은 결과를 원한다면 자기 몫의 일을 하러 나타나야 한다고. 이것이 이 강연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다. 결과를 바깥에 두라는 말은 대충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결과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빠짐없이 하라는 뜻이다.

이 생각을 공부에 옮기면 이렇게 된다. 시험 점수는 내가 완전히 정할 수 없다. 출제되는 문제, 그날의 컨디션, 시험장의 분위기까지 모두 내 통제 밖이다. 하지만 오늘 정한 시간에 책상에 앉는 것, 오늘 외울 단어를 외우는 것, 오늘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 보는 것은 내가 정할 수 있다. 점수라는 목표는 방향을 알려 주는 표지판으로 두고, 매일의 행동은 “오늘의 내 몫”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올레”를 외치는 방법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길버트는 북아프리카의 오래된 춤 이야기를 한다. 밤새 이어지는 춤판에서 어떤 무용수가 갑자기 특별한 경지에 이르는 순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신을 부르며 환호했다고 한다. 이 환호가 스페인으로 전해져 오늘날 “올레(Olé)”라는 외침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그런 특별한 순간이 매일 찾아오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은 날에도, 끝까지 자기 몫을 해낸 사람에게는 여전히 “올레”를 외쳐 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부분이 학생에게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모든 공부 시간이 집중이 잘되는 시간일 수는 없다. 어떤 날은 같은 문단을 세 번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날에도 정해진 분량을 끝까지 채웠다면 그날의 몫은 한 것이다. 결과가 눈에 띄지 않는 날의 성실함이 쌓여야 결과가 눈에 띄는 날이 온다.

길버트의 아버지 이야기

강연 초반에 길버트는 화학 엔지니어였던 아버지 이야기를 짧게 꺼낸다. 아버지는 40년 동안 화학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누군가 그에게 “화학 엔지니어로 사는 게 두렵지 않으냐”고 묻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한다.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유독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우리는 공부를 할 때 결과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시험 한 번의 점수가 내 능력 전체를 보여 주는 것처럼 느끼고, 그래서 시험 전날이면 두려움이 커진다. 하지만 엔지니어가 매일 출근해서 맡은 일을 하듯, 공부도 매일 해야 할 일을 하는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 공부를 “나를 증명하는 무대”로 볼 때보다 “오늘 처리할 작업”으로 볼 때 책상 앞에 앉기가 훨씬 쉬워진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서”라는 말

공부가 잘 안 될 때 학생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저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요.” 길버트의 강연에 비추어 보면 이 말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결과를 전부 타고난 머리, 곧 “내 안의 천재성” 하나로 설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잘 풀린 날에는 우쭐해지고, 안 풀린 날에는 무너진다.

실제로 공부의 결과를 만드는 요인은 훨씬 많다. 어떤 교재로 공부했는지, 복습을 언제 했는지, 잠은 충분히 잤는지, 틀린 문제를 어떻게 정리했는지가 모두 결과에 영향을 준다. 이 중 상당수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나는 천재가 아니라서”라는 말 대신 “오늘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편이 훨씬 쓸모 있다.

결과를 걱정하는 마음을 다루는 연습

결과에 대한 걱정은 마음먹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걱정을 다루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 목표를 “결과 목표”와 “행동 목표”로 나누어 적는다. 결과 목표는 “영어 90점 이상”이고, 행동 목표는 “매일 단어 30개, 지문 2개 분석”이다. 둘째, 하루를 마칠 때는 결과 목표가 아니라 행동 목표를 기준으로 점검한다. 셋째, 걱정이 올라오면 그 걱정을 종이에 한 줄로 적고, 그 옆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적는다. 걱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걱정 옆에 행동을 하나 붙여 두는 것이다.

길버트의 강연을 끝까지 보면, 이 모든 것이 한 문장으로 모인다. 그 자리에 계속 나타나라.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았다면, 그것으로 오늘의 몫은 시작된 것이다.

영어 표현 노트

연설 속 짧은 표현 몇 개를 뽑아 뜻과 쓰임을 정리했습니다. 영상에서 해당 부분을 들으며 따라 읽어 보세요.

  • be daunted — 겁먹다, 기가 꺾이다. 제공된 인용문에 “Don't daunt”로 잘못 알려진 경우가 있는데, 원문은 수동형 “Don't be daunted”입니다.
    예문: Don't be daunted by the long passage. (지문이 길다고 겁먹지 마라.)
  • show up (for ~) — (~을 위해) 나타나다, 자리에 오다. 여기서는 “꾸준히 제 몫을 하러 오다”라는 뜻입니다.
    예문: He shows up for practice every day. (그는 매일 연습에 빠지지 않고 온다.)
  • whatever that might be — 그것이 무엇이든. 앞에 나온 말의 범위를 열어 둘 때 붙입니다.
    예문: Do your part, whatever that might be. (그것이 무엇이든 네 몫을 하라.)

생각해 볼 질문

  1.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이번 시험을 기준으로 각각 세 개씩 적어 보자.
  2. “천재가 되는 것”과 “천재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이 차이가 작업하는 사람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3. 집중이 잘 안 된 날에도 정해진 분량을 채운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찬반 근거를 하나씩 들어 보자.

오늘의 실천

플래너에 적힌 결과 목표 옆에 “오늘의 내 몫”을 따로 한 줄 적는다. 예를 들어 “영어 1등급” 옆에 “지문 2개 문장 구조 분석, 틀린 문제 5개 다시 풀기”처럼 오늘 안에 끝낼 수 있는 행동으로 적는다. 잠들기 전에는 결과가 아니라 이 한 줄을 기준으로 오늘을 점검한다.

글: 리드마스터 영어전문 국어논술 학원 |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옥길로 113, 상림프라자 5층 501호

초·중·고 대상 · 교육청 등록 제6935호 · 상담 010-3368-7873

영상 링크는 해당 발언 몇 초 전부터 재생되도록 설정했습니다. 영어 원문은 연설 자막과 대조해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