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짐 캐리, 마하리시 경영대학교 졸업 축사(2014)
"You can fail at what you don't want, so you might as well take a chance on doing what you love."
원하지 않는 일을 하다가도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일에 한번 걸어 보는 편이 낫다.
— 짐 캐리(Jim Carrey), Maharishi University of Management 졸업식, 2014년 5월
11분 26초 무렵 아버지 이야기가 시작되고, 11분 40초에 위 문장이 나옵니다.
진로 희망란을 비워 둔 너에게
요즘 진로 희망란에 무엇을 적을지 고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학교에서 나눠 준 활동지에 “희망 직업”과 “희망 학과”를 쓰라고 하면, 많은 학생이 두 가지 답 사이에서 멈칫해. 하나는 정말 해 보고 싶은 일이고, 다른 하나는 어른들이 “그래도 그게 안정적이야”라고 말하는 일이야. 그리고 대부분은 두 번째 답을 적고 활동지를 제출해. 틀린 선택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야. 다만 그 선택을 내린 이유가 “실패할까 봐”라면, 오늘 이 편지를 한 번 끝까지 읽어 줬으면 해.
이 편지에서 소개하려는 사람은 배우 짐 캐리야. 영화 「마스크」나 「트루먼 쇼」로 알려진 배우지. 그는 2014년 미국 아이오와주에 있는 마하리시 경영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는데, 그날 한 이야기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부분이 위에 적은 문장이야. 이 문장은 멋있는 말로 지어낸 게 아니라, 자기 아버지의 삶을 설명하다가 나온 결론이었어.
아버지가 고른 “안전한 길”
짐 캐리는 연설에서 아버지가 훌륭한 코미디언이 될 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말해. 그런데 아버지는 그 길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고, 대신 보수적인 선택을 했어. 회계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택한 거야. 그런데 짐 캐리가 열두 살이던 해에 아버지는 그 안정적인 직장에서 해고되었고,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했다고 해.
그가 이 이야기에서 끌어낸 결론은 단순해. 아버지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좋아하는 일을 포기했는데, 결국 좋아하지 않는 일에서 실패했다는 거지. 그래서 짐 캐리는 “원하지 않는 일에서도 실패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일에 걸어 보는 편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해. 영상의 11분 20초 무렵부터 들어 보면, 웃기는 배우로 알려진 사람이 이 대목에서는 꽤 진지하게 말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안전한 선택”이 안전하지 않은 이유
이 이야기를 오해하면 안 돼. 짐 캐리가 “안정적인 직업은 나쁘다”고 말한 건 아니야. 회계사라는 직업을 좋아해서 고른 사람에게는 그 길이 가장 좋은 길이야. 그가 문제 삼은 건 직업의 종류가 아니라 선택의 이유야. 두려움 때문에 고른 길은 그 길에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버틸 힘이 약해. 좋아서 고른 길이 아니니까 실패했을 때 “그래도 해 볼 만했다”고 말하기가 어렵지.
공부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 예를 들어 영어를 좋아하는데 “영어는 점수 따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다른 과목에 시간을 몰아주는 학생이 있다고 해 보자. 그렇게 해서 다른 과목 점수가 잘 나오면 다행이야. 하지만 그 과목에서도 막히면, 그 학생은 좋아하는 과목도 놓치고 전략도 실패한 셈이 돼. 반대로 좋아하는 과목에 시간을 써서 실패했다면, 적어도 그 시간 동안 배운 것과 쌓인 흥미는 남아.
“사랑하는 일에 걸어 본다”는 말의 구체적인 뜻
그렇다고 오늘 당장 모든 계획을 뒤집으라는 뜻은 아니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걸어 보기”는 생각보다 작아. 다음과 같은 것들이야.
- 관심 분야를 확인하는 경험을 하나 더 해 보기. 관련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거나, 그 분야 사람이 쓴 글이나 강연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아하는지, 막연히 멋있어 보이는지”를 구분할 수 있어.
- 좋아하는 과목의 기본기를 미루지 않기.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려면 결국 그 분야의 기초가 필요해. 언어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면 오늘 읽는 지문 하나를 정확히 읽는 것이 그 준비야.
- 실패했을 때 무엇이 남는지 적어 보기. 도전했다가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와도 남는 능력이 무엇인지 적어 보면, 두려움의 크기가 실제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될 때가 많아.
부모님과 이야기할 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부모님과 의견이 다를 때가 있어. 부모님이 안정적인 길을 권하는 건 너를 아끼기 때문이야. 짐 캐리의 아버지도 가족을 위해 안정적인 직업을 골랐어. 그러니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만 말하기보다, 네가 그 분야를 얼마나 알아봤는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잘 안 됐을 때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함께 말해 봐. 준비된 이야기를 들으면 어른들은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연단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금 적는 진로 희망은 평생 바꿀 수 없는 계약서가 아니야. 중학교 때 적은 꿈이 고등학교 때 바뀌는 건 흔한 일이고, 바뀌었다고 해서 그동안의 고민이 헛된 것도 아니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두려워서”가 아니라 “궁금해서” 선택하는 연습을 하는 거야.
두려움이 선택을 대신하지 않게
짐 캐리는 같은 연설에서, 사람들은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에 따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해. 두려움은 우리를 보호하려고 생기는 감정이라 무시할 수는 없어. 다만 두려움이 결정을 내리게 두면 안 돼. 두려움은 “조심하라”는 신호로만 받아들이고, 결정은 네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를 기준으로 내리면 돼.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야. 모의고사 점수가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 “나는 이 과목이랑 안 맞나 봐”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그때 그 생각을 결론으로 삼지 말고, 틀린 문제를 다시 보면서 “어디서 막혔는지”를 확인해 봐. 좋아하는 일에 걸어 본다는 건, 결국 막히는 지점을 확인하고 다시 해 보는 일을 반복하는 거야.
이 편지를 다 읽었다면 영상의 11분 20초 부분을 한 번 틀어 봐. 약 30초 정도면 충분해. 한 사람이 아버지의 선택을 돌아보며 내린 결론을 직접 들어 보면, 진로 희망란 앞에서 조금 덜 망설이게 될 거야.
“좋아하는 일”과 “멋있어 보이는 일”을 구분하는 법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사랑하는 일에 걸어 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학생이 가장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먼저 떠올려. 유튜버, 프로게이머, 웹툰 작가 같은 직업이지. 이런 꿈이 잘못된 건 아니야. 하지만 그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의 겉모습을 좋아하는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어.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해. 그 일의 “지루한 부분”을 떠올려 보는 거야. 웹툰 작가라면 같은 인물을 수백 번 그려야 하고, 마감을 지켜야 하고, 댓글 비판을 견뎌야 해. 유튜버라면 영상 하나를 올리기 위해 몇 시간씩 편집해야 해. 그 지루한 부분을 알고도 “그래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남는다면, 그건 멋있어 보이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일 가능성이 커. 반대로 지루한 부분을 생각하자마자 마음이 식는다면, 아직 그 일에 대해 더 알아볼 시간이 필요한 거야.
공부도 비슷해. 영어 원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학생 중에는 이야기의 재미를 좋아하는 학생도 있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 가며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는 학생도 있어. 둘 다 좋은 출발점이지만, 영어를 직업으로 삼으려면 결국 두 번째 과정을 견딜 수 있어야 해. 네가 좋아하는 과목에서 가장 귀찮은 과정이 무엇인지 적어 보고, 그 과정을 일주일 동안 꾸준히 해 보면 네 마음이 어느 쪽인지 조금 더 분명해질 거야.
도전의 크기는 네가 정할 수 있다
도전이라고 하면 인생을 건 결단을 떠올리기 쉬워. 하지만 학생에게 도전은 대부분 작은 선택의 연속이야. 수행평가 주제를 고를 때 무난한 주제 대신 궁금했던 주제를 고르는 것, 동아리를 고를 때 친구를 따라가지 않고 관심 있는 동아리에 지원해 보는 것, 발표 시간에 한 번 먼저 손을 드는 것. 이런 작은 선택에서 “좋아하는 쪽”을 고르는 연습을 해 두면, 나중에 진로처럼 큰 선택을 할 때도 두려움에 덜 휘둘려.
작은 도전은 실패해도 잃는 게 적어. 궁금했던 주제로 수행평가를 준비했는데 점수가 기대만큼 안 나왔다면, 다음에는 자료를 어떻게 모을지 배웠다고 생각하면 돼. 이렇게 작게 실패하고 다시 해 보는 경험이 쌓이면, 실패가 생각만큼 무섭지 않다는 걸 몸으로 알게 돼. 짐 캐리가 말한 “걸어 본다”는 태도는 한 번의 큰 결단보다 이런 작은 선택의 습관에 더 가까워.
이 말에 반론을 제기해 본다면
좋은 문장일수록 한 번쯤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짐 캐리는 성공했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좋아하는 일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은 연설 무대에 서지 못한다.” 이 반론은 일리가 있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만 들으면 도전의 위험이 실제보다 작아 보일 수 있거든.
그래서 이 문장은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로 읽으면 안 되고, “어느 쪽을 택해도 실패의 가능성은 있다”로 읽어야 해. 안전한 길이 실패를 완전히 막아 주지 않는다면, 선택의 기준을 실패 가능성 하나에만 두지 말라는 뜻이야. 이렇게 한 문장을 정확히 읽고 그 한계까지 따져 보는 것이 국어 비문학 지문을 읽을 때 필요한 태도이기도 해.
영어 표현 노트
연설 속 짧은 표현 몇 개를 뽑아 뜻과 쓰임을 정리했습니다. 영상에서 해당 부분을 들으며 따라 읽어 보세요.
- take a chance on ~ — ~에 한번 걸어 보다, ~을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하다. chance는 여기서 “기회”보다 “운에 맡기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예문: I decided to take a chance on the debate club. (토론 동아리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 might as well + 동사원형 — (어차피 그렇다면) ~하는 편이 낫다. 두 선택지의 결과가 비슷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예문: The bus is late, so we might as well walk. (버스가 늦으니 차라리 걷는 편이 낫다.) - a conservative choice — 보수적인(위험을 피하는) 선택. 정치적 의미의 “보수”가 아니라 “조심스러운”이라는 뜻입니다.
예문: Choosing the easier topic was a conservative choice. (쉬운 주제를 고른 것은 안전한 선택이었다.)
생각해 볼 질문
- 내가 지금 “안전하다”는 이유로 고른 것 가운데, 실제로는 실패할 가능성도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때,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고를 것인가?
- 짐 캐리의 아버지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족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근거를 들어 두 가지 가능성을 적어 보자.
오늘의 실천
노트에 두 줄을 적어 보자. 첫 줄에는 “두려움이 없다면 도전해 보고 싶은 일” 한 가지를, 둘째 줄에는 “그 일을 위해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준비” 한 가지를 적는다. 예를 들어 관련 책 한 권 빌리기,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인터뷰 한 편 읽기처럼 이번 주 안에 끝낼 수 있는 것으로 정한다.
글: 리드마스터 영어전문 국어논술 학원 |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옥길로 113, 상림프라자 5층 501호
초·중·고 대상 · 교육청 등록 제6935호 · 상담 010-3368-7873
영상 링크는 해당 발언 몇 초 전부터 재생되도록 설정했습니다. 영어 원문은 연설 자막과 대조해 옮겼습니다.